비가 축축 쏟아지는 날, Blue한 Blues가 어울리는 날에 수양록

내가 글을 그만 쓴지는 아무래도 3년 즈음 됐을 것이다. 23살 만으로는 22세(언젠가 수십 년 뒤에는 다 만으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) 때 군대에서 상병일 때, 병장이 되기 전까지는 수양록을 썼었다. 정확히는 ‘수양록’이 아니라 ‘소나기’라고 말하는 것이 옳다. ‘소중한 나의 병영 일기’의 줄임말로 일기장 한 권을 훈련소에서 줬었다. 그때는 한날 한날 소중하게 생각하고 열심히 썼었다. 혼자서 연병장조차 맘대로 못 갔던 일이등병 시절 나의 세상은 군대라는 곳으로 한정되어 있었고, 나에게는 그 세상이 너무나도 소중하게 여겨졌었다. 그래서 그때에 작은 마찰이나 충격조차 나에게는 기록하고 개선하기 위해서 애썼었다. 그때 나는 참 성실한 이등병이었다. 마치 잘 설계된 인공지능 모델처럼 나의 병영생활의 곡선은 잘 큰 굴곡 없이 쭉 곡선을 이어갔다. 그때의 나는 참 행복했었다.
요즘 나는 내 삶이 행복한가에 대해 여러 가지 고민들이 많다. 예전만큼 삶이 행복하지 않다. 충분히 충동적이고 자극적인 것들로 삶은 넘쳐나지만, 나의 눈동자는 시큰둥하기만 하다. 내가 군대에 있을 때 가장 행복했던 날은 아마 병장 때, 근무도 없는 휴일 빗소리를 들으며 생활관에서 침낭에 있었을 때이다. 그때 나에겐 뭣 대단하겠냐만 배에 복근도 있었고, 나름 군대 밖에서 나를 기다려줄 희망찬 미래가 있었다. 그때의 나는 무척이나 활력이 넘치고 건강했었다. 내가 그럴 수 있었던 게 부사관들은 수양록이라고 부르던 ‘소나기’ 때문이 아닌가 추측이 든다.

그래서 나는 다시 일기를 써보기로 했다. 그때 마침 하늘에서는 쏟아질 듯하다가도 보도블록만 적신 우중충한 Blue sky였다. 나는 한글날이 가까이 왔음에도 난 역시, 내 문학의 뿌리는 역시 영어인 거 같다. 박재열 교수님이 나의 첫 스승님이었다. 그동안 문학을 뒤안길에 묻어둔 채 잠시 샛길로 센 시간들이 많이 있었다. 그러나 언제나 가는 방향, 나의 벡터는 일정하기만 하다.
오늘은 만 25세 청년답게 ‘컴퓨터활용능력 1급’ 실기 시험을 보러 대구상공회의소로 갔다. 분석문제 중에 통합이라는 게 나와서 그게 나의 발목을 잡았다. 22년 기출 문제에는 수록되지 않은 것이어서 나는 중도 퇴실하고 시험장을 나왔다. 애매하게 준비해서는 자격증을 안 주려고 상공회의소에서 작정을 한 것 같았다. 가는 길에 전동 키보드가 불량이어서 무릎까지 까졌는데, 참 재수도 없는 날이다.
이런 날에 감정을 다스리려고 감성카페에서 사진을 찍고 포스팅을 구상한다. 문학과는 멀어진 나의 삶에 대해서 풀어나갈 얘기들이 참 많다. 오늘은 그 첫 장이다.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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